<칼럼> 남북 정보전 게임의 판이 바뀌었다

 


(2016-01-08) <칼럼> 남북 정보전 게임의 판이 바뀌었다


 


어떤 게임이든지 게임에 능숙한 사람이 있다. 도박판으로 따지면 속칭 타짜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바뀐다면 게임에서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는 알 수 없게 된다.


 


북한이 1월 6일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외교, 안보, 정치 등 각 분야의 게임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발표가 남북 정보전에 준 충격은 말그대로 핵폭탄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정보 당국, 군도 북한의 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보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 등을 개발하고자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력과 실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당장 보이는 문제는 북한의 의도와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휴민트 등의 활용이 미흡한 점 등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정부의 정보수집에 대한 보수적 관념과 정책에 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정보수집에 있어서 정치, 외교, 군사 등의 분야에 집중해 왔다. 북한 권력서열이 어떻게 변하고 제도가 바뀌었는지, 또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어떤 외교적 관계를 맺는지, 무기를 수출하고 배치했는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과학과 IT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 핵개발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에는 물리학, 수학, 화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실제 구현을 위해서도 첨단장비와 신물질 수입, 슈퍼컴퓨터 도입 등이 필요하다. 또 수년 간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해킹 사건들을 보면 북한이 IT 부문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사진1>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


 


 


북한 김정은이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단순한 선전구호가 아니라 이런 점을 고려했기 떄문이다. 북한의 과학기술과 IT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만약 한국 정보당국이 북한 물리학자의 핵물리 관련 논문을 확인했다면,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 시뮬레이션을 위한 고성능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확보 사실을 알았다면 북한의 실험을 몰랐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과장해서 말하면 남북 정보전의 저울이 정치, 외교에서 과학, IT로 기울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해석해도 정치, 외교 분야 정보만큼 과학, IT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 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과학기술과 IT에 대한 정보수집에 집중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정보당국도 과학기술, IT 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분야 정보수집에 노력하고 관련 인력 채용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정보수집의 큰 틀에서는 여전히 정치, 외교 중심의 문과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의 정치, 외교적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다. 또 재래식 무기들의 배치와 운영을 확인하던 것도 계속돼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이제는 북한의 과학기술, IT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


 


이미 정보전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정보당국은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물리학, 화학, 수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수용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상시적인 정보수집과 분석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북한의 과학기술 정보를 단순히 학문적 정보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미리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나노 기술을 개발했다면 학문적으로 나노 기술을 개발했다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 수준과 용도 그리고 가능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 그것을 군사무기로 만들지는 않을지 또 로봇 해킹 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닐지 분석해야 한다. 


 


사이버전에 대비한 IT 분야 정보 수집도 중요하다. 단순히 해킹을 막는 인력이 아니라 최신 IT기술에 대한 분야별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IT 분야 정보 수집 및 분석인력과 조직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과학기술과 IT기술을 발전시켜 계속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폭탄 실험에 이어 북한이 앞으로 중성자탄을 실험하고 로봇 무기, 드론 무기, 나노 무기 등을 선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게임의 방식이 바뀌었는데 적응하지 못하면 패배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 정부는 대북 정보수집과 대응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강진규 wingofwolf@gmail.com


 


 

글쓴이

wingofwolf

디지털 허리케인(Digital hurricane)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규 기자의 블로그입니다. 디지털 허리케인은 진짜 북한 뉴스를 제공합니다. 2007년 11월~2015년 9월 디지털타임스 기자, 2016년 6월~현재 머니투데이방송 테크M 기자, 인하대 컴퓨터공학부 졸업, 동국대 북한학과 석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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